
한 문장 핵심 요약
이 글은 2015년 ‘뉴 송도 시티’ 논문이 제시한 스마트시티의 이상(창발·회복력·도시에 대한 권리)이 2026년 한국 국가시범도시(부산 EDC·세종 5-1)의 현실(하향식 계획·효율성 중심 운영·권한의 집중)과 만날 때, 왜 구조적 간극이 발생하는지 ‘기술’이 아니라 제도·거버넌스·사업 추진 논리의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이 글은 이런 분들을 위한 정리입니다]
- 스마트시티를 기술 목록이 아니라 복잡성·회복탄력성·권리 관점에서 해석하고 싶은 연구자·학생
- 국가시범도시가 왜 ‘운영 단계’에서 경직되는지 구조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공공 실무자
- “스마트”가 도시를 더 자유롭게 만드는지, 더 관리 가능하게 만드는지 궁금한 시민
도시와 삶의 구조를 연구하는 Livingcity입니다.
오늘 글은 한 가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스마트시티는 ‘정교한 설계’로 완성되는가, 아니면 ‘창발’을 허용할 때 진화하는가?”
1. 이 논문이 상정한 스마트시티의 이상적 조건: 창발·회복력·도시에 대한 권리
2015년 ‘뉴 송도 시티’ 논문이 그리는 스마트시티의 이상은 “기술을 많이 쓰는 도시”가 아닙니다. 도시는 복잡 적응 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이며,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기술이 도시의 창발(emergence)과 회복력(resilience)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가에 있습니다.
- 진정한 창발
마스터플래너나 패키지형 솔루션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위 구성 요소들(주민·조직·공간·규범)이 상호작용하며 상향식(bottom-up) 자기 조직화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과정 - 회복력 강화
‘완벽한 폭풍’ 같은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도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고 스스로를 재구성·진화할 수 있는 능력(관계망·공유지(commons)·제도적 유연성 포함) - ‘도시에 대한 권리’ 보장
시민이 기술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시를 shaping하고 transformative하게 바꿔나갈 권리를 갖는 구조
정리하면, 논문이 말하는 이상적 스마트시티는 기술이 ‘도구’로서 시민의 참여와 자기 조직화를 촉진하고, 그 결과 도시의 적응력과 회복력을 키우는 ‘진화적 실험’입니다.
2. 2026년 한국 스마트시티에서 구현되지 않은 조건: 상향식 창발과 권리의 빈자리
이제 이 ‘이상’을 2026년 한국 스마트시티, 특히 국가시범도시에 대입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창발과 권리의 구현 난이도입니다.
2-1. ‘상향식 창발’의 부재
- 국가시범도시는 여전히 하향식(top-down) 마스터플랜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강하다
- 기술 도입도 “정해진 솔루션을 주입”하는 방식이 되기 쉽다
- 그 결과, 도시 하위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자기 조직화의 여지가 제한된다
2-2. ‘회복력’이 아니라 ‘단기 효율성’에 맞춰진 설계
- 예측 불가능한 위기 대응력보다, 단기 성과(효율성·가시적 성과·기술 구현)에 초점이 쏠리기 쉽다
- 복잡성을 단순화하는 운영은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
- 공유지(commons)로서의 관계망·공간이 플랫폼/서비스 논리에 의해 위축될 위험이 있다
2-3. ‘도시에 대한 권리’의 제한
- 기술 선택과 운영 기준이 전문가·사업 주체 중심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 시민은 ‘사용자’로 참여할 수는 있어도, 도시를 “다르게” 만들 권한은 약하다
- 기술은 삶을 확장하기보다, “관리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방향으로 고착될 수 있다
3. Livingcity의 해석: 기술이 아니라 제도·거버넌스가 창발을 가둔다
이 간극을 “기술이 부족해서”라고 말하면 분석이 얕아집니다. 논문의 프레임으로 보면 핵심은 제도(공기업·운영주체·거버넌스) 구조입니다.
3-1. ‘패키지 메이커’ 논리: 도시를 기계처럼 만들려는 유혹
논문은 뉴 송도 시티에서 ‘패키지 메이커(대규모 개발·기술 기업·사업 주체)’가 도시를 효율적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방식이 창발의 여지를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026년 한국 국가시범도시 역시 유사한 구조를 갖기 쉽습니다.
- 대규모 공기업·사업 주체가 기획–조성–기술 도입을 주도한다
- 표준화·일정 준수·성과 지표가 우선되면, 불확실성과 실험이 배제된다
- 그 결과 ‘창발’이 아니라 ‘설계된 결과’를 향한 경직이 강화된다
3-2. 톱다운 거버넌스: 표준화는 되지만, 다양성은 줄어든다
- 중앙 주도 모델은 예산 집행과 추진에는 강하지만, 지역 맥락과 시민 다양성을 담기 어렵다
- 유연한 조정(학습)보다 계획 준수(완공)가 우선되기 쉽다
- 시민 참여는 ‘창발을 만드는 권한’이 아니라 ‘정당화 장치’가 될 위험이 있다
3-3. 자본주의 재생산의 동력: 회복력보다 ‘유지 가능한 시장’
- 스마트시티는 공공정책이면서 동시에 시장을 만든다
- 그 과정에서 ‘회복력’보다 ‘효율적 운영·수익화 가능한 구조’가 우선될 수 있다
- 지속가능성은 “소비를 줄이는 전환”보다 “효율로 더 많이 돌리는 구조”로 번역될 위험이 있다
4. 부산 EDC·세종 5-1에 적용할 때 드러나는 긴장과 모순
- ‘미래도시’ 비전 vs ‘경직된 시스템’의 딜레마
미래 대응을 말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계획과 표준이 강해져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필요한 유연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첨단 기술’ 도입 vs ‘시민 주도’의 괴리
자율주행·AI 서비스는 제공되지만, 시민이 도시를 새롭게 해석하고 바꾸는 ‘권리’로 연결되지 않으면 시민은 결국 ‘소비자’로 남을 수 있습니다. - ‘지속가능성’ 목표 vs ‘효율성/시장 가치’ 우선순위
지속가능성을 말하면서도 실행은 “효율적 운영과 시장화”로 기울면, 생태적 전환보다 ‘관리 가능한 지속가능성’만 남을 위험이 있습니다. - ‘새 모델’의 명분 vs ‘기존 질서’의 재현
새로운 도시를 표방하지만, 하향식 계획과 마스터플래닝이 강하면 과거의 권위주의적 근대 도시계획의 함정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열린 질문으로 마무리하며
“2026년의 한국 스마트시티는 ‘완공된 효율’에 가까운가,
아니면 ‘창발을 허용하는 회복력’에 가까운가?”
스마트시티를 ‘진화적 실험’으로 보려면, 기술 실증만이 아니라 거버넌스의 유연성, 그리고 시민이 도시를 바꿀 수 있는 권리의 구조가 함께 실험되어야 합니다. 그 지점에서, 국가시범도시는 아직 “기술의 도시”와 “살아있는 도시” 사이의 간극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참고문헌
(2015). 뉴 송도 시티(New Songdo City)와 복잡성 사고, 유비쿼터스 도시 설계를 다룬 스마트시티 관련 논문.
ⓒ 2026. Livingcity. All rights reserved.
본 글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준비 과정에서 작성된 연구 노트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하며,
인용 시 반드시 출처(Livingcity 블로그)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