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범인'보다 '시대'를 묻는 영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한국 영화사 최고의 스릴러이자,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 사회를 비추는 가장 어두운 거울입니다. 이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왜 그 범인을 그 시대는 잡을 수 없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있습니다.
'서울의 봄' 이후 군사 정권의 권위주의가 극에 달했던 그 시절, '무능한 시스템'과 '시대의 암흑'이 어떻게 진실의 입을 막고 한 사건을 영원한 미제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처절한 기록입니다.
[본론 1: 진실을 훼손한 '시대의 무능']
1980년대 후반의 경찰 조직은 '민주화 운동'의 그림자 속에서 인권 침해가 만연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형사들은 현장 보존은커녕, 고문과 자백 유도로 사건을 종결하려 합니다.
이러한 '무능한 시스템'과 '시대의 암흑'은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상부의 입맛'이나 '체제 유지'를 우선시했던 결과입니다. 과학 수사 기법도, 전문 인력도 없던 시대적 한계 속에서, 수많은 인권 침해가 자행되었으며, 진실은 이 모든 시스템적 오류 속에서 파묻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론 2: '직감'과 '과학', 무능 앞에서 무력하다]
영화는 '직감'과 '폭력'으로 대표되는 박두만(송강호)과 '논리'와 '과학'을 주장하는 서태윤(김상경)이라는 두 형사의 갈등을 통해 당시 경찰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박두만은 '때려서 자백받는' 방식이 주 수단이던 '1980년대 시골 형사상'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서태윤은 미래의 경찰상을 제시했지만, '진실을 알아도 입증할 수 없는 시대'의 벽 앞에서 그의 과학 수사는 무력해집니다. 결국 두 형사 모두 '시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으며, 이들의 무력함은 곧 당시 시스템의 무력함을 의미합니다.
[본론 3: 마지막 눈빛,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
영화는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끝을 맺고, 수십 년 후의 박두만(송강호)은 범죄 현장을 다시 찾아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그 눈빛은 단순한 허무나 후회가 아닙니다. 그것은 "악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라는 묵직한 경고이자, "당신은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까?"라는 침묵의 질문입니다. 이 장면은 화자의 시점이 관객에게 전이되는 순간입니다. 수십 년간 미제 사건의 짐을 지고 살아온 박두만의 무거운 짐이, 이제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우리에게 던져지는 것입니다.
[결론: '미제 사건'의 또 다른 이름]
'살인의 추억'은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 사건에 대한 영화를 넘어, '권위주의', '인권 침해', '시스템의 무능'이라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과거를 관통하는 사회적 텍스트입니다.
박두만의 마지막 눈빛이 주는 메시지처럼, 이 영화는 2025년의 우리에게도 '시대의 어둠'과 '진실의 부재'에 대해 계속해서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