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복수, 그 자체가 설계된 덫]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수많은 복수 영화 중에서도, 그 동기와 결말의 충격 면에서 가장 잔인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한 남자의 복수극'이 아니라, 복수가 끝났을 때 인간에게 무엇이 남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것은 '악마를 보았다'처럼 공허하고, '밀양'처럼 뼈아픈, '복수 그 자체가 파국으로 설계된 덫'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본론 1: 분노를 넘어선 '자기 파괴적인 광기']
주인공 '오대수(최민식)'는 15년 감금이라는 고통 속에서 복수심 하나로 버텨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당한 복수'가 아닌, '자기 파괴적인 광기'로 변해갑니다.
그는 복수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피해자'의 모습보다는 '가해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결국 복수심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의 복수는 구원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는 느린 자살처럼 느껴졌습니다.
[본론 2: '소문 한 마디'가 불러온 논리적 파멸]
'이우진(유지태)'의 복수가 더 공포스러운 것은, 그것이 감정적 폭발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철학적 복수'였기 때문입니다.
복수의 시작은 '고작 소문 한 마디'였습니다. 이우진은 이 '작은 죄'에 대한 응징으로, 오대수의 인생 전체를 파괴하도록 설계합니다. 그는 물리적 폭력이 아닌 '진실'이라는 가장 무서운 무기를 던져, 오대수가 살아있는 내내 고통받도록 만든 것입니다. 복수는 일시적이지만, 이우진의 설계는 영원히 지속되는 '파멸'이었습니다.
[본론 3: 혀를 자른 절규, '기억의 영원한 억압']
영화의 결말은 오대수가 혀를 자르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장면은 '악마를 보았다'의 공허한 절규나 '밀양'의 침묵과도 닿아 있습니다.
그의 혀 절단은 단순한 속죄가 아닙니다. 그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자신이 가장 사랑한 사람에게 '진실'을 들려주지 않기 위한 '기억의 영원한 억압'이었습니다. 그는 승리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오직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짊어진 채, 스스로를 지우는 처절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결론: 복수가 남긴 것은 '사랑'과 '기억'의 파멸]
'올드보이'는 복수를 가장 화려하게, 그리고 가장 끔찍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복수가 악을 이길 수는 없지만, 사람의 영혼과 기억, 그리고 사랑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