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세종 스마트시티는 같은 국가시범도시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도시가 되었다. 이 글은 K-Water와 LH의 조직 논리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기술 선택의 구조적 이유를 분석한다.
이 글은 스마트시티 기술 선택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며,
공공 스마트도시 사업을 이해해야 하는 실무자와
스마트시티를 ‘조직의 산물’로 해석하고 싶은 연구자·학생을 위한
구조 분석형 정보 정리 글입니다.
도시와 삶의 구조를 연구하는 Livingcity입니다.
이 글은 스마트도시 시리즈 두 번째 편으로, 같은 국가시범도시로 출발한 부산 에코델타시티(EDC)와 세종 5-1 생활권 스마트시티가 왜 전혀 다른 도시가 되었는지를 K-Water와 LH의 조직 논리라는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이 글의 핵심 질문
- 왜 같은 정책·비슷한 기술 목록으로 출발한 두 도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는가?
- 스마트시티 기술 선택은 정말 ‘중립적’이었는가?
- 도시는 누구의 논리를 닮아가는가?
1. 같은 국가시범도시, 왜 전혀 다른 도시가 되었을까?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세종 5-1 생활권은 모두 ‘스마트도시 국가시범도시’라는 동일한 간판을 달고 출발했습니다. 정책도 같았고, 시기도 비슷했으며, 기술 목록 역시 상당 부분 겹쳤습니다.
그러나 현재 두 도시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다릅니다.
- 부산: 물·로봇·리빙랩 중심의 실증 도시
- 세종: 자율주행·모빌리티·도시 통합관리 중심
이 차이는 단순한 우연이나 기술 선호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그 원인을 “누가 이 도시를 만들었는가”, 즉 시행 주체의 조직적 성격에서 찾습니다.
2.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제도가 기술을 선택한다
스마트시티 논의에서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술이 도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은 언제나 특정 조직의 목표·역할·생존 전략에 따라 선택됩니다. 그래서 제 박사 연구는 스마트시티를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해석합니다.
- 기존 통념: Technology → Society → Institution
- 나의 관점: Institution → Technology → Society
즉, 공기업이라는 제도(조직)가 기술을 고르고, 그 선택된 기술이 결국 시민의 삶과 도시의 형태를 규정합니다. 스마트시티는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조직 논리의 공간적 결과입니다.
3. 부산 에코델타시티: K-Water의 생존 전략이 만든 도시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이해하려면 먼저 왜 ‘물’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봐야 합니다.
K-Water(수자원공사)는 전통적으로 댐·수도·수자원 관리에 특화된 공기업입니다. 이들에게 스마트시티는 단순한 도시 개발이 아니라, 기존 물 관리 기술을 도시 스케일의 신사업으로 확장해야 하는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은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 스마트 정수장, 수열 에너지 등 수변 기반 기술 집중
- 로봇·스마트 빌리지 등 가시적 혁신 요소 강조
- 초기 입주민이 없어도 가능한 실증(Testbed) 중심 구조
이는 시민의 요구에서 출발했다기보다, 조직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선택한 기술 패키지에 가깝습니다.
4. 세종 5-1 생활권: LH의 인프라 DNA가 만든 스마트시티
반면, 세종 5-1 생활권을 주도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전혀 다른 조직입니다. LH는 수십 년간 대규모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을 반복해온 전형적인 인프라 조직입니다.
그래서 세종 스마트시티는 ‘튀는 기술’보다 관리 효율과 확장성에 집중합니다.
- 자율주행·모빌리티 중심의 도로·교통 체계
- 대규모 도시 통합관제 센터
- 데이터 기반의 표준화된 도시 운영 모델
이는 실험적인 ‘킬러 콘텐츠’보다, 전국 어디에나 복제 가능한 표준 도시 모델을 만들려는 LH의 조직적 본능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비유하자면, 부산이 ‘체험관’이라면 세종은 ‘잘 닦인 고속도로’ 같은 도시입니다.
5. 결론: 스마트시티는 ‘조직의 얼굴’을 닮는다
같은 국가 정책 아래에서도 결과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분명합니다.
- 부산: K-Water의 위기감과 신사업 욕망이 투영된 도시
- 세종: LH의 안정성과 표준화 전략이 구현된 도시
따라서 스마트시티를 평가할 때 “어떤 기술이 있는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기술을 선택한 조직은, 왜 이 선택을 했는가?”
조직에 따라 도시의 얼굴이 이렇게 달라진다면,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과연 ‘스마트시티’란 무엇인가?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인 사례 분석에 앞서, 최근 박사학위 논문들이 스마트시티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 개념적 본질부터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English Summary
Question
Why did Busan Eco Delta City and Sejong Smart City evolve so differently?
Key Argument
Smart city technologies are not neutral. They are selected based on the institutional logic of the implementing organization.
Case Insight
Busan reflects K-Water’s survival strategy and water-based innovation.
Sejong reflects LH’s infrastructure-oriented and standardized urban management model.
Conclusion
Smart cities ultimately reveal the organizational identity of those who build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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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준비 과정에서 작성된 연구 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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