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아카데미 작품상, 그 씁쓸한 현실 고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를 뒤흔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5년인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니, 화려한 수상 기록보다 그 안에 담긴 '불편한 진실'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부자 vs 빈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왜 더 잔인하고 씁쓸한 현실을 고발하는지, 저에게 가장 강렬하게 남은 3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본론 1: 가장 잔인한 상징, '냄새']
이 영화는 수많은 상징으로 가득하지만, 2025년인 지금도 가장 소름 끼치고 잔인한 상징은 '냄새'였습니다.
'냄새'는 단순한 후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계급선' 그 자체였습니다. 박 사장이 무심하게 말하는 "냄새가 좀..."이라는 한마디는, '사람'이 아닌 '빈곤'을 맡는다는 뜻이었고, 그것은 인간 자체를 불쾌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무심하지만 치명적인 폭력처럼 다가왔습니다.
2025년 현재에도 우리는 외모, 말투, 주거 형태 등 '드러나지 않아야 할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 사람이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현실을 목격합니다. 그렇기에 '냄새'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본론 2: 진짜 비극은 '빈자 vs 더 가난한 빈자'의 싸움]
이 영화의 가장 비극적인 장면은 '부자'와 싸우는 장면이 아닙니다. 바로 지하실의 '문광/근세' 부부(더 가난한 빈자)와 기택의 가족(빈자)이 벌이는 처절한 싸움입니다.
이 장면이 충격적인 이유는 이 싸움에 부자는 등장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국 '한정된 자원(박 사장 집)' 앞에서, 같은 편일 수도 있었던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를 '적'으로 만들고 짓밟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진짜 잔혹성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동안,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여유롭게 파티를 즐깁니다. 이 '폭력의 구조'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가장 찝찝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본론 3: '희망이 착각'이라서 더 아픈 결말]
'범죄와의 전쟁'의 결말이 씁쓸했다면, '기생충'의 결말은 처참합니다. 아들 기우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돈을 벌어 그 집을 사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장면을 '희망'이 아닌 '불가능한 몽상'으로 처리합니다. 2025년인 지금, 계층 이동이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에서 이 결말은 너무나 '정직'해서 잔인합니다.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희망이 가능하다고 믿는 게 착각"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더 아프다는 것을, 이 영화는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 결말은 관객에게 답답함과 분노를 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결론: 정직해서 더 잔인한 걸작]
'기생충'은 유쾌한 코미디로 시작해,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끝나는 완벽한 스릴러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정한 걸작인 이유는, 계급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단 한 순간도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관객의 눈앞에 들이밀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