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멋있지 않아서' 더 현실적인 느와르]
"살아있네!"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파묘'의 최민식과 '추격자'의 하정우라는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멋진' 조폭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주인공 '최익현(최민식)'은 찌질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바로 그 '멋있지 않음'이, 이 영화를 가장 현실적이고 씁쓸한 느와르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본론 1: 찌질하지만 '공감'되는 주인공, 최익현]
솔직히 처음엔 '최익현'이 찌질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가 아니라, 족보를 들먹이며 권력을 구걸하고 위험하면 가장 먼저 발을 빼는, 현실 속 권력형 인간의 축소판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에게 기묘한 공감이 생겼습니다. 그는 무대포지만 가족을 위해 움직였고, 머리는 나쁘지만 생존 본능 하나는 탁월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저런 사람'을 너무 많이 봐왔기에, 그의 찌질함이 오히려 이 영화의 리얼함과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본론 2: '의리'가 아닌 '거래'였던 그들의 관계]
영화의 핵심은 최익현(최민식)과 최형배(하정우)의 관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관계를 파탄 낸 것은 최형배의 '차가운 계산'이 더 결정적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최익현은 졸렬하게나마 '형님'이라는 관계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반면 최형배는 자신의 입지가 위협받자, 아무 감정 없이 그를 제거하려 듭니다. 애초에 이들의 관계는 혈연이나 의리가 아닌, 철저한 '거래'였던 셈입니다. 관계가 이익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하는, 80년대의 씁쓸한 생존 논리였습니다.
[본론 3: '진짜 나쁜 놈'은 절대 죽지 않는다]
이 영화의 결말은 아이러니 그 자체입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정작 진짜 조폭들은 다 무너집니다. 하지만 온갖 배신과 권력 줄타기로 모든 책임을 피해 간 '최익현'만이 멀쩡히 살아남아 '성공한 사업가'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정의로운 사람은 없고, '눈치 빠른 사람'만 살아남는 세상. 이 결말은 2025년 지금 이 사회에도 적용 가능한 잔인한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진짜 나쁜 놈들은 늘 살아남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어, 영화관을 나서는 마음이 묵직하고 씁쓸했습니다.
[결론: 가장 한국적인 느와르의 씁쓸한 뒷맛]
'범죄와의 전쟁'은 화려한 액션이나 의리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찌질하고 비열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한국적인 느와르입니다.
"살아있네!"라는 대사는, 어쩌면 그 '진짜 나쁜 놈'들만이 살아남는 이 씁쓸한 현실을 향한 외침이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