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후기: '서울의 봄'은 왜 필연이었나 (스포 없음)
[서론: '서울의 봄'의 원인을 찾아서]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어떻게 그토록 쉽게 권력이 찬탈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바로 그 '권력 공백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보여주는, '서울의 봄'의 프리퀄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누렸던 한 남자가 왜 그 방아쇠를 당겼는지, 그리고 그 총성이 어떻게 또 다른 비극을 불러왔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본론 1: '충성'과 '배신'을 넘어선 방아쇠의 의미]
영화는 '김규평(이병헌)'의 복잡한 심리를 따라갑니다. 그는 분명 '각하'의 충신이었지만, 점차 독재적으로 변해가는 권력에 나라가 망가져 가는 것을 목격합니다.
저는 그가 당긴 방아쇠가 단순한 '충성'이나 '배신'의 프레임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나라 전체를 봐서는, 본인이 아니고서는 그 어느 누구도 각하의 길을 막을 수 없다"는 한 개인의 절박한 '확신'이었습니다. 개인의 충성심을 넘어, 나라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본론 2: '정보가 권력'이었던 숨 막히는 긴장감]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권력의 핵심부를 다룹니다. 영화의 숨 막히는 긴장감은 액션이 아닌 '도청'과 '감시'에서 나옵니다.
2025년 현재의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이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이 되는 시대의 민낯입니다. 모든 정보를 틀어쥐고 권력의 핵심부를 움직이는 그들의 차가운 모습은,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본론 3: '서울의 봄'을 불러온 아이러니한 비극]
이 영화는 '서울의 봄'과 완벽하게 연결됩니다. '각하'가 사라진 '권력의 공백기'는, 정치인이 아닌 '군대'라는 새로운 권력가(전두환)가 움직일 수 있는 완벽한 판을 깔아주었습니다.
가장 아이러니한 지점입니다. 유신 독재를 막기 위한 그 총성이, 결국 또 다른 '군부 독재'를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은 '서울의 봄'과 '택시운전기사', '1987'로 이어지는 기나긴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남산의 부장들'은 결국, 권력이라는 것에 눈이 먼 사람들이 본인의 권력을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는, 가장 무서운 진실을 보여준 영화입니다.
[결론: '서울의 봄'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 관문]
'남산의 부장들'은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이 왜 그토록 쉽게 권력을 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영화입니다.
한 독재의 끝이 어떻게 또 다른 독재의 시작이 되었는지, 그 비극적인 역사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