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혁·권정주(2023)의 논문은 스마트시티를 화려한 신기술의 전시장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의 생존을 위한 운영 체제(OS)’로 정의합니다. 핵심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조성(Construction)보다 운영관리(Operation & Management)가 더 중요하다.”
오늘 글은 이 명제가 한국의 국가시범도시(부산 EDC, 세종 5-1) 현실과 만날 때, 어떤 구조적 모순이 생기는지 Livingcity의 시선으로 정리합니다.
[이 글은 이런 분들을 위한 정리입니다]
- 탄소중립·기후탄력성 관점에서 스마트시티를 해석하고 싶은 연구자·학생
- 국가 시범도시가 ‘운영’ 단계에서 왜 막히는지 이해해야 하는 공공 실무자
- 스마트시티 논란이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라는 점이 궁금한 시민
도시와 삶의 구조를 연구하는 Livingcity입니다.
스마트시티 시리즈에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반복합니다. “이 도시는 무엇을 만들었는가(건설)보다, 무엇이 작동하는가(운영)를 보여주는가?”
1. 이 논문이 던진 핵심 질문: ‘탄소중립 운영체제(OS)’는 가능한가
박정혁·권정주(2023)는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사례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의 본질을 물리적 공간(도시)의 건설이 아니라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운영 시스템으로 이동시킵니다.
저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것입니다.
- 스마트시티는 ‘완공된 도시’가 아니라 ‘운영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는가?
- 탄소중립은 구호가 아니라 KPI로 관리될 수 있는가?
- 디지털 트윈·AI는 ‘멋있는 기술’이 아니라 탄소 저감 성과로 증명될 수 있는가?
이 프레임에서 스마트시티는 더 이상 기술 도시가 아니라, 탄소 저감형 인프라·서비스로 도시를 전환(Transition)시키는 운영 플랫폼입니다.
2. 2026년의 시선: 오늘의 국가시범도시와 ‘구조적 지체(Structural Lag)’
논문이 발표된 2023년으로부터 3년이 지난 2026년의 시점에서 보면, 한국의 국가시범도시(부산 EDC, 세종 5-1)는 저자들이 제시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구조적 지체(Structural Lag)’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2-1. 이상적 조건: ‘능동적 운영 플랫폼’
- 계획 단계부터 모니터링까지 연계되는 탄소 KPI 체계
- 도시 단위 탄소 배출을 관리하는 탄소 인벤토리 시스템
- 산업계 RE100 달성에 연결되는 에너지·배출 데이터 운영 구조
2-2. 미구현된 현실: 하드웨어는 있고, 소프트웨어가 늦다
현실은 종종 이렇게 흘러갑니다. 수변 공간, 도로, 통신망 등 물리적 기반 시설은 구축되었지만, 정작 탄소중립의 효과를 담보할 깊이 있는 데이터(Deep Data)와 이를 분석·환산하는 탄소 인벤토리 시스템은 부문별로 파편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도시는 완공되었는데 운영 모델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건설된 유토피아’는 눈에 보이지만, ‘작동하는 시스템’은 아직 불완전한 장면이죠.
3. Livingcity의 해석: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멈춰있다
이 불일치를 “기술(AI·디지털 트윈)이 부족해서”라고 설명하면 핵심이 빠집니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기술을 운영 가능한 제도와 거버넌스로 번역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3-1. 제도의 문제: 운영 수익 모델이 비어 있다
논문은 이미 “명확한 사업화 모델과 실행방안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를 지적합니다. 2026년에도 이 문제는 유효할 가능성이 큽니다.
- 공공(K-Water, LH)은 인프라 ‘조성’에 익숙하다
- 하지만 민간(SPC)이 주도해야 할 ‘장기 운영 수익 모델’은 불투명하다
- 탄소 데이터를 수집·거래·환원하는 법적 근거와 거버넌스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도시를 운영하는 경제 엔진”이 설계되지 않으면, 탄소중립 스마트시티는 기술이 있어도 운영이 멈추는 구조에 빠질 수 있습니다.
3-2. 긴장과 모순: 부산·세종에 적용하면 더 선명해진다
- 공공성 vs 수익성의 긴장
탄소중립은 공공 가치이지만, 이를 수행할 SPC는 수익을 내야 합니다. 탄소 저감을 위해 강력한 규제와 데이터 개방이 필요할수록, 민간 비즈니스 논리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 서울형 개발 vs 지역 맥락의 모순
“서울형 도시개발에서 벗어나 지역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가시범도시는 여전히 대규모 택지 개발(신도시) 방식을 답습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 결과 지역 산업과 결합된 탄소 저감 모델이 아니라, 고립된 ‘섬’ 같은 스마트시티가 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4. 마무리를 위한 열린 질문: ‘Day 2’에도 작동할 것인가
이 논문이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시티의 성공 기준을 ‘완공(Completion)’에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다음을 물어야 합니다.
“국가 예산으로 지어진 인프라의 수명이 다하고 지원금이 끊기는 시점인 ‘Day 2’에도, 이 도시의 탄소 저감 시스템은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경제적 엔진을 갖추고 있는가?”
스마트시티를 ‘미래 도시’로 말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건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기술보다 먼저 제도·거버넌스·운영 구조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참고문헌
박정혁·권정주. (2023).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미래대응형 스마트시티: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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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의 내용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준비 과정에서 작성된 연구 노트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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